일본은 월드컵 우승팀들 모두 꺾어…결과보다 과정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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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대표팀이 4월1일 아시아 국가 최초로 잉글랜드를 이겼을 때(1-0), 일본 축구팬들은 ‘월드컵 톱 10’과 ‘월드컵 우승’의 꿈이 정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이미 스페인과 독일을 꺾었고, 지난해 브라질과 친선경기 역전승 뒤 올해 잉글랜드마저 따돌렸으니, 역대 월드컵 우승팀들이 모두 일본팀의 제물이 됐다.
일본축구협회(JFA)는 2005년 ‘JFA 2005 선언’을 통해, 2030년까지 월드컵 톱 10을 일구고 2050년대에는 우승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당시에는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세 차례 연속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뒤 달라졌다. 당시 선수들이 “8강에 만족 못 한다”고 하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그럼 우승하자”라고 의기투합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지금은 상당수 팬이 우승도 가능하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다.
일본 축구의 자신감은 경기 내용에서 확인된다. 잘게 잘게 썰어 들어가는 미드필드 패스 플레이가 일본의 색깔이 아니다. 일본 축구는 패스와 빌드업보다 ‘최단 시간에 상대 골문 앞까지 공을 운반하는’ 속도를 중시한다. 한국 선수들이 앞섰다고 여겼던 몸싸움, 결정력, 스피드까지 장착했다. 잉글랜드전에서 나온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의 결승골은 광속 역습과 골 결정력을 보여준다.
11명의 선수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것은 6년째 팀을 조련해온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용병술 덕이다. 선수의 인성부터 성격, 장단점, 인간관계, 성장사까지 파악하는 그는 선수 조합의 변화를 통해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술과 비전을 공유하는 선수층이 풍부한 것도 강점이다. 올 시즌 유럽의 잉글랜드나 독일 등 빅5 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26명이고, 벨기에와 포르투갈, 덴마크 등의 선수를 포함하면 40명 이상이다.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가 많은 것도 과거와 달라진 특징이다.
현재 미토마가 햄스트링 부상 중이고, 엔도 와타루(리버풀)와 미나미노 타쿠미(AS모나코) 등도 재활 중이어서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의 유럽 사무소를 통해 선수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클럽과 원활한 정보 교환을 통해 언제든 최적의 선수들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 하세베 마코토와 나카무라 스케 등 경험 많은 선배들이 코치로 추가 합류하면서 팀 멘털도 강화될 것 같다.
일본 축구의 탄탄한 기초체력은 2022년 일본축구협회가 발표한 ‘일본의 길’(Japan’s Way)에서 확인된다. 55쪽으로 이뤄진 이 책자에는 유소년부터 A대표팀까지 육성 지침과 지도자·심판·시도협회 발전 프로그램이 망라돼 있다. 치밀하고 지속적이며 열정을 담은 노력이 결과를 맺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본의 저력을 간과한다. 한국에 가면 “일본은 성적을 내는데, 한국은 왜 그렇지 못한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하지만 매우 피상적이고 단순한 발상이다.
두 나라의 축구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랜 기간 팀을 조련해온 모리야스와 2년도 안 된 홍명보 감독을 비교할 수 없다. 선수들의 능력이나 특성, 준비 과정도 완전히 다르다. 양국의 축구를 A매치 결과만 놓고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한국에서는 일본과의 정기 평가전을 원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A매치를 하는 것이 자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일본과 한번 싸워 이겼다고 만족하고 싶은 기분에서 시작한다면 안 하는 게 낫다. 천안축구센터라는 엄청난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고, 장기 구상 속에 선수를 발굴·육성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한일 평가전을 바라봐야 한다.
일본에 있는 재일동포로 한국 축구 관련 기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논리보다는 감정적 비판, 근거도 없는 유튜버들의 논조가 즉시 일본어로 번역되면서 한국 축구가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다. 일본 팬들의 댓글을 보면 ‘한국 축구는 너무 정치적이다’, ‘정치인들이 할 일이 그렇게 없냐’는 반응도 있는데, 성찰할 부분이 있다.
한국 축구가 바로 설 때 일본 축구도 발전할 수 있고, 윈윈 관계가 이뤄지면 한국 또한 월드컵 우승 목표를 자신 있게 내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본 축구팬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축구의 활약을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해본다.
*신무광은 재일동포 3세 스포츠 라이터로 2003년 일본 최고 권위의 미즈노스포츠라이터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21년 한일축구 교류 공헌으로 일본축구협회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표창을 받았다. 현재 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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